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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원 목요칼럼] 탈시설화를 통해 지역사회로 가는 길

기사입력 2020.06.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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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제21대 국회가 개원되면 장애인들의 탈시설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를 것 같다. 문재인정부가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탈시설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주무부서인 장애인권익지원과의 과장을 탈시설과장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의 활동으로 서울특별시가 중앙정부보다 먼저 탈시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이러한 선도적인 역할은 다른 자치단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다. 그녀는 2017년 시설에서 생활하던 중증발달장애인인 동생의 탈시설화를 추진하여 동생과 삶을 꾸리며 부실한 복지제도를 체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만든 영화감독이자 장애인권운동가이다. 그녀의 1호 법안이자 정치적 소명은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을 보장하는 탈시설법이다.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이러한 정치행정권의 관심과 변화는 많은 발달장애인부모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였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였고 이들을 위한 치료시설이나 돌봄방식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며 절망하던 시절이 불과 이십여 년 전이었다. 타인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고 일상생활을 견디고 동병상린인 부모들끼리 자조모임을 만들어 위로하며 방도를 구하는 것은 그 시절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부모조차 대처방식을 몰랐던 발달장애인에 대해 정치권이나 행정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들을 위한 법안은 물론 정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과 장애인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인내의 결과가 이제 탈시설화를 주장하기까지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탈시설화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입장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의 차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탈시설화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우려이다. 탈시설화는 법안과 제도의 마련은 물론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탈시설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통합과 자립생활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현재와 같이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차별과 배제 그리고 낙인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통합과 수용 및 포용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애정도에 따라서 어떤 장애인의 경우에는 자립생활은커녕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립생활이 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를 보면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가족 중 장애인이 있을 때 나만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시설에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생활형편 상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또는 부모가 병약한 경우 그리고 보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담해서 맡아주면 여러 가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의 견해를 묻고 그 선택권을 존중했냐고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부모들의 상황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 간에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개인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꼭 당사자를 무시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탈시설화와 관련하여 먼저 큰 틀에 대한 합의를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점진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사실 탈시설화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자칫하면 탈시설화가 지역사회의 방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탈시설화는 법제나 예산마련에 앞서 지역사회의 인식의 문제가 필요한 영역이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공존의식이 있다면 탈시설화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권운동가와 장애인부모 그리고 시설종사자 및 정치행정권의 연대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코로나19를 통해 함께 어려움을 지나온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연대와 협력을 통해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힘까지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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