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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눈물을 글썽이는 박씨 할아버지</font>

가을비는 한번 올 때마다 옷을 바꿔 입게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력 초나흘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와 있다. 민족의 대축제 추석!

기사입력 2009.10.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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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는 한번 올 때마다 옷을 바꿔 입게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력 초나흘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와 있다. 민족의 대축제 추석!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이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나간 삶의 회포를 풀고 밝은 보름달아래 명절음식을 나누워 먹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처럼 일 년 중 가장 넉넉하고 행복한 자리를 가지게 되는 추석 명절!

     

    무엇보다도 조상에 대한 감사로 산소 풀깍기 차례지내기가 자손들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조상들의 산소 풀깍기도 대행업소가 대신해주는게 생겨 그나마 바쁜 객지생활에서 편해지기는 했지만, 조상들을 뵈러 오는 기회가 줄어든 건 아닌지, 금년 추석은 연휴가 짧아 귀향길이 어려울 것으로 교통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민족의 대축제 추석명절을 제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아닐까 한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우한 환경의 어려운 분들의 명절은 어떠할까?

    우리는 한번쯤 이들의 명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자가 독거노인 관리사를 하면서 알게 된 어느 노인의 추석은 가을비만큼이나 마음을 쓸쓸하고 아프게 했다.

     

    박용철(가명. 76. 서산시 부석면)할아버지를 알게 된 것도 벌써 3년이 흘렀다. 처음 그 노인의 집에 갔을 땐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아 안전관리를 위해 자주 방문하여 건강 체크를 해야 했다. 작년 이맘때쯤 방문을한 내게 추석이 다가오는데 조상들의 벌초문제가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차례는 못 지내도 산소벌초는 해야 는데." .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 할아버지를 위해 직접 낫이라도 들고 풀을 깎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면사무소 복지계 직원과 상의를 한 결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하루 봉사활동을 해주겠노라는 대답을 듣고 얼마나 좋았었는지, 벌초를 하던 날 할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 고마워를 몇 번이나 반복하셨다. 할아버지의 추석날 차례를 지냈는지는 여쭙지 못했다. 아픈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아서.

      

    ▲ 독거노인 박 씨 할아버지가 지난 18일 부석면 직원들과 함께 산소 벌초를 하고 있다.

     

    몇 일전 할아버지는 내게 전화를 걸어 할 말이 있는데, 하시면서 말끝을 흐리셨다. "조상들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내가 힘은 없고 누구한테 부탁 할 만한 사람도 없고" 미안한 내색을 하며 어렵게 말씀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나는 또 고민을 해야 했다.

     

     

    작년에 부탁을 했던 복지계직원이 고맙게도 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벌초를 하던 날 "내가 내년에 또 부탁을 하게 될지 못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마워" 하시며 할아버지는 집에서 담근 술이라면서 과일주를 내 놓으셨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할아버지는 그날 아주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하셨다.

     

    추석을 기다리는 즐거운 마음들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구석의 그늘진 아픈 마음들도 있다는 걸 우리는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늘진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서 우리 다 같이 즐거운 추석명절을 보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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